아이와 사회를 해치는 ‘괴물 부모’, 독이 든 사랑을 멈춰야 한다 (김나영, 이인송)
- 2023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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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23년 12월 20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정문. /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업로드 된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의 글.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 침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다. 학교 공동체가 붕괴되고 교권 침해가 일상이 되어버린 게 한국의 현실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실시한 교권 침해 경험 설문 결과. (이미지: 동아일보)
올해 7월,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절반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는 설문 결과가 나타났다.‘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라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2,390명의 99.2%에 달했으며, 49%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겪었다’라고 답했다.
그 중심에는 과도하고 비상식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 일명 ‘괴물 부모(Monster Parents)’가 있다.
괴물 부모는 ‘자녀에게 매우 권위적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를 일컫는다.

책 《괴물 부모의 탄생》의 저자 김현수(57)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가부장제하에 주로 여성이 독박 육아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은 엄마들은 자식과 스스로 동일시하여 자식의 성공을 곧 자신의 성공으로 여기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과거와 달리 학부모와 교사 간에 학력 역전현상이 일어나면서, 학교를 ‘교육 서비스’ 이용하듯 하게 되었고, 각자도생 풍조가 만연하고, 남들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 쓰면서 평범한 부모조차 ‘괴물 부모’가 된다”라고 언급했다.

괴물 부모 특성은 80년대생 학부모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사립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성승희(37) 씨는 "저출산 현상으로 아이들이 주로 외동인 경우가 많아 애지중지 키우는 경향이 있으"며 "기존에 아동의 권리나 아동에 대한 존중을 많이 강조해 온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교육 현장에서 괴물 부모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대치동의 대형 입시 학원의 강의실. / 서울 대치동의 대형 입시 학원에서 운영하는 자습전용관 자습시간표.
대학생 윤예원(25) 씨는 대형 입시 학원 조교로 근무할 때 “시험 칠 때 지각하면 강의실에 출입이 안 되는데 자꾸 들여보내 달라고 하시는 등 부모님께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 성승희 씨는 "교사로 근무하면서 괴물 부모를 직접 겪어본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왜 아이를 춥게 입히느냐의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를 목격하기도 했고, 교육과정 내 화폐를 배우는 수업에서 왜 아이에게 돈을 쥐어주느냐의 이유로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수학 학원에서 공부하는 초등학생들.
과도한 학부모의 요구에 몸살을 앓고, 공교육이 망가지다 못해 교권이 침해되는 현실에 교사들은 거리로 나가 교권회복을 외쳤고,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렇게 교육 현장이 망가진 데는 근본적으로 사회에서 맺는 모든 관계를 ‘서비스화’하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사 성승희씨는 “교육 서비스라는 말로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로 학생과 학부모는 소비자로 규율되며, 그들은 소비자로서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기죽게 혼냈다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수시로 연락해 아이의 특성에 맞춰달라는 학부모들은 아마 자신이 낸 세금에 대한 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원이 마치고 늦은 시각 밥을 먹는 학생과 학부모.
/ 대치동 학원가 도로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는 학부모와 차를 타고 귀가하는 학생.
이러한 괴물 부모는 괴물 자녀를 만든다. 이시형(89) 정신과 전문의는 “괴물 부모가 자녀와 일체화되면서 객관성을 잃고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자녀는 부모의 강요와 통제 속에서 부모가 원하는 대로인 부모 중심주의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라고 말하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유를 빼앗기고, 직접 부딪히면서 경험할 수 있는 실패의 경험을 박탈당하게 된다”라는 우려를 표하였다. 이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가짜로 부모 말을 듣는 척하기도 하고, 괴로워서 마약에 손을 댄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교사 성승희 씨는 "괴물 부모의 아이들은 부모와 정말 똑같이 행동한다"며 "그런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라고 털어놨다.

우리는 독이 든 사랑 속에서 병든 부모, 자녀 관계가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 들어왔다. 괴물 부모의 독이 든 사랑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이 회복되어야 한다.
교사 성승희 씨는 “교사의 인권 문제가 대두가 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해결 없이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안타깝다”라는 우려를 표하며 “실질적 변화로 이행될 수 있는 그런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답변했다. 전국교사노동조합 이형민 대변인은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안의 핵심은 정당한 학생의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하며 개정안으로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교육 현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 김나영, 이인송
편집: 함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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